日記

2016 11 20

 

 

아직 십일 월인데 벌써 한 해를 다 마친 기분이다. 남은 한 달은 덤으로 얻은 것 같다.

어떻게 써야 아깝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되게 꿀 같은 시간. 이사가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또 한 장 넘긴 <몸의 일기>에 긁는 얘기가 나온다.

1982년 11월 24일과 25일. 수요일과 목요일 일기

 

 

    긁는 즐거움. 짜릿한 쾌감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시원함으로 끝나는 것뿐 아니라, 특히 가려운 지점을 1밀리미터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그거야말로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 아닐까. 긁어야 할 지점을 옆 사람에게 정확히 가리켜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날 만족시킬 수 없다. 누가 하든 목표 지점을 살짝 비껴가기 일쑤다.

 

 

    자기 몸을 긁다 보면 쾌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자기 몸을 아무리 간질인들 웃음이 터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