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2 08 13

 

"시선이 옆으로는 커져도 아래로는 절대 가지 않는"

 

피로감을 느끼며 액정을 마구 밀어내다 누군가의 저 문장에서 멈추게 되었다. 드라마 이야기였지만 나는 지난 대선이 떠올랐다.

 

 

야구장 담벼락.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관한 토론 중 선별 지급을 주장한 후보자의 예시였다.

야구장 밖의 담벼락에서 야구를 볼 때 키가 작은 사람은 볼 수 없으므로 키 작은 사람에게 발 받침을 배분하는 것이 형평이며 공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한 후보가 이렇게 반박했다. 발받침 만드는 돈을 키 큰 사람도 냈으며 그럼 키 큰 사람에게도 불리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동시에 담벼락을 낮추는 노력도 할 필요가 있다고.

 

 

내가 바라는 형평과 공정에 가장 가까운 대답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애초에 그 예시가 틀렸다는 지적을 함께 하지 않은 것이다.

팬데믹을 야구장 담벼락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발받침으로 비유할 때부터 이미 공감할 수 없었다. 팬데믹은 팬데믹. 긴급재난지원금은 말 그대로 긴급재난지원금. 비유하며 대체할 시간이 없는데.

 

 

'아래로는 절대 가지 않는 시선' 을 가진 사람들이 긴급한 재난을 대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쪼그리고 앉아 침수된 지하층을 구경하듯 들여다보고는 8만 원을 줄 테니 이곳을 벗어나라는 놀라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비가 다시 내리기를 바라며 힐링 시간을 잠시 갖다 돌아가는 이들로... 다시 또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