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4 01 20

 

진아님과 연희동에서 만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실제로 처음 만난 건 작년 여름, 첫 메일을 주고받은 때는 3년 전 봄, 서로의 계정을 팔로한 것은 9년 전.

이렇게 거꾸로 거슬러 가니 조금 단순한 관계로 축소되는 기분이 들지만 그곳에서 다시 지금을 향해 오는 곳곳에 서로를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 보는 소녀 같은 순간들이 숨어 있다.

 

 

언제나 용기를 내는 것은 상대이고 나는 그런 기대를 갖기만 하거나 밀어내는 쪽이었는데, 같은 마음인 걸 확인하지 못해 떠난 사람들보다 내가 밀어냈기 때문에 멀어진 사람들이 더 많았다.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은 의심이 되고, 너무 깊이 알려고 하는 사람은 부담스럽고, 너무 무신경하며 밝기만 한 사람은 거부감이 들고, 너무 정답을 말하는 사람은 믿음이 안 간다, 이렇게 한 번 정해버리면 언제든 미련 없이 밀어낼 수 있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나도 그런 사람이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밀려났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것이 내게는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삼십 대의 진아님과 마흔이 넘은 내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이번에도 진아님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준 덕분이고 이제 나는 조금씩 알게 된다. 우리들은 완벽하지 않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서로의 어떤 면으로 만나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마음속에 찾고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된 장소에서 마주치는 거라고. 그리고 이런 순간은 인생에 몇 번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 나도 이제 용기를 내서 그것을 함께 꺼내보고 싶다.

 

 

 

 

 

이 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것은 선생님이 부담스러울까 봐..

이거 정말 맛있는 김인데

엄마가 직접 구운 거예요.”

하며 진아님이 주신

흑...

이 수고스러움을 아는 나이가 돼서 그런가

정말 정말 너무너무나 귀한...

그리고 진짜 너무 맛있는

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