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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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9 17

매일 새로운 걸 보고 읽고 그러고 있지만 뭘 하다가도 문득 떠올라 그날 기분 상태를 사로잡는 것은 너무나 한결같다.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을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 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에 앉아 있었네

김은 약간 몸을 부스럭거린다, 이봐, 우린 언제나

서류 뭉치처럼 속에 나란히 붙어 있네, 김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아주 얌전히 명함이나 타이프 용지처럼

햇빛 한 장이 들어온다, 김은 블라인드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가볍게 건드려도 모두 무너진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네

김은 그를 바라본다, 그는 김 쪽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튀긴다, 무너질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가

즐거운가, 과장을 즐긴다는 것은 얼마나 지루한가

김은 중얼거린다, 누군가 나를 망가뜨렸으면 좋겠네, 그는 중얼거린다

나는 어디론가 나가게 될 것이다, 이 도시 어디서든

나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것이다

그가 김을 바라본다, 김이 그를 바라본다

한번 꽂히면 김도, 어떤 생각도, 그도 이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한다

김은, 그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나는 블라인드를 튼튼히 내렸었다

또다시 어리석은 시간이 온다, 김은 갑자기 눈을 뜬다, 갑자기 그가 울음을 터트린다, 갑자기

모든 것이 엉망이다,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김은 얼굴이 이그러진다

 

 

-오후 4시의 희망

 

2018 10 31

 

 

 

 

2017 11 14

 

바쁜 게 언제 끝나는지 아버님이 물으셨고, 모르겠어 아마 연말까지 계속 이럴 거 같은데 왜? 라고 철운이 다시 물으니까, 이제 단풍이 다 지겠다고 하셨다. 철운이 웃으면서 아빠랑 엄만 친구들 모임에서 가도 되잖아 라고 했을 때 아버님 표정을 나만 본 것 같아...

나는 꽃 구경도 단풍 구경도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운전석에 계신 아버님 등 뒤에 철운과 나란히 앉으면 어쩔 줄 모르겠고. 그러니까 안 가게 된 게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철운이 그렇게 말하지 말고 아 진짜 너무 가고 싶다 너무 아쉽다,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아무 말 안 하고 항상 철운한테 떠넘기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라서.

 

뭘 구경하는 것보다 이번 달엔 건강, 책임감, 이렇게 두 개로 단순하게 생각해 보려고 했더니 짜증이 덜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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