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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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05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이야기할 때 나는 꼭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며 그의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제일 꼭대기에 두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카테고리를 꽉 채운다는 느낌. 그걸 말로 하고 싶을 때 결국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게 된다.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처음 알게 해 준 영화였는데 이 한 편으로 나는 이미 이 감독이 '내가 추구하는 모든 걸 보여 주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전작들을 구해 보며 더 놀라고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도, 이 사람은 진짜 그런 사람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저 아이들이 이 영화로 인해 상처받을 일은 없었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 그럼에도 보는 이들은 모두 상처를 입고 마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거나 보이는 장면들. <원더풀 라이프>의 마지막 복도 장면(올려다 본 천장의 달 뚜껑이 열리며 아침 인사를 나누는 장면), <환상의 빛>의 마을 장면(계속해서 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앉아 있는 나를 어디에 눌리고 묶인 것처럼 꼼짝할 수 없도록 만들던 장면), <아무도 모른다>의 마지막 건널목 장면(하늘과 비행기 소리와 햇빛에 눈앞이 하얘진 아키라의 소매 끝을 당기며 신호가 바뀌었다는 걸 알리는 시게루의 얼굴)...


최근에도, 아니 어젯밤에도 실은 거의 매일 보고 있다. 한 번도 도중에 울었던 적이 없고 늘 엔딩으로 가기 전 타테의 노래가 나올 때만 우는데, 얼마 전은 컵라면 용기에 심은 씨앗들이 아무렇게나 막 자라나있는 베란다 장면에서 갑자기 울게 됐다. 그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머리로 판단은 되었어도 이렇게 덜컥 무섭고 무겁게 들어온 적은 없었는데. 꼭 나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2017 12 05

2017 11 28

 

이달은 쉬지 않고 그림만 그렸다.
엄마가 보내준 인삼즙과 어머님이 솥째 가져다주신 미역국으로 버틴 한 달.
이제는 징징댈 입장이 아니라고, 오래 끓여 걸쭉해진 미역국에 밥 말아 먹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여기서 갑자기 뭔가를 더 한다거나 아예 다른 걸 할 수는 없으니까.
우선은 징징대지 않는 것만 노력을 해보자고

 

2016 12 07

 

서울 떠난다고 하니까 점점 슬퍼진다 하면서도 막상 서울에 뭘 남겼나 생각해 보면 뭐가 하나도 없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 친구들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 말고 여기 두고 가는 것들 애착하던 장소 같은 그런 게 떠오르지 않는다.

8년 동안의 흔적이 이 집에서만 만져지고, 그러니까 서울이 아니라 이 집을 떠나는 게 슬프다는 걸 이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