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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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7 23

머릿속에 많은 사람이 들어온 하루였다. 모두를 생각하고 걱정하며 보냈다.

머리와 마음만으로 그들에게 다녀온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거라서 오늘은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었다.

머리로 마음으로 계속해서 누군가를 들이는 날이 많아지면 어느 날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달려갈 것 같다. 그럼 그날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다고 말하게 될까

2021 07 19


'사랑'을 주제로 한 기획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디엠을 받고 내가 사랑의 세계에 빠져 있는 걸 세상이 알고 있는 것인가 잠깐 이상한 생각을 하며 답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이미 스케치가 끝나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사랑의 세계 리뷰 청탁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메일을 읽는 동안 벌써 끝냈다. 어느 때고 나를 건드리고 깨울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인 건가

사랑밖에 모르나 봐 정말...

그런데도 내 입으로 사랑해 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사랑과 사랑해 라는 말은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세계인데 사랑해 라고 말하는 순간 사물이 되는 그림이 지금 막 그려졌다. 사랑하며 사는 세계와 그 속에 떠다니는 사랑의 모양이 언제나 궁금하면서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물을 건네는 느낌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이것도 그냥 지금 든 생각

2021 06 25

 

어제는 늦은 저녁에 나가서 꽤 오래 석탑을 돌았다.

자주 보던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벤치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 그리고 나밖에 없었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의 삼각형 중앙에 어느 날 생뚱맞게 자리한 이 석탑을 보고 한동안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웃었지만 이제 이곳은 내가 처음으로 땅에서 발을 뗄 수 있게 해 준 근사한 공간이 되었다.

뭐가 어떻고 해도 결국은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빙글빙글 계속 석탑을 돌았다. 한쪽으로만 돌면 어지러워서 중간에 한 번씩은 방향을 바꾸고 다시 돌았다.

2021 06 12

 

올해 가장 큰 변화 2. 자전거를 배웠다. 이제 다리를 떼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보니 알겠다. 왜 다들 자전거를 타는지. 바람이었어. 바람을 느끼려고.

바람이 안 부는 날에도 내 몸이 밀고 나가는 속력으로 바람이 생긴다. 땅에서 두 발로 달릴 때는 굴곡이 있는 바람이 생기는데 자전거를 타니까 직선으로 긴 바람을 맡게 된다.

그게 너무 좋았다.

 

 

나를 바꾼 건 면허를 딴 철운. 철운이 면허를 땄다는 것, 그리고 새벽에 시킨 모둠회에 따라온 오징어 튀김이다.

“좀 먹어. 내가 다 먹겠다 이러다”

“나 튀김 안 좋아하잖아. 회만 먹고 싶어.”

“너 그냥 튀김 안 좋아하는 컨셉 지키려고 안 먹는 거 아니야?”

큽 뭐야, 그게 뭐야 푸하하, 웃기다고 킬킬대다가

근데, 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나 트라우마 있는 컨셉인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순간 모든 게 다 우스워졌다.

오빠에게 연락해서 자전거를 중고로 팔겠냐고 물었다.

나는 마감이 있어 못 가고 나만큼 신난 철운이 천안까지 가서 받아 왔다.

우리 집에도 생긴 큰 변화. 자전거가 두 대인 현관이 되었다.

엄청난 사건을 일기로 남겨 두려고 쓰기는 했는데 이 정도로 만족이 안 되네..

이것보다 더 대단하고 굉장한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