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2 07 22

 

 

며칠 동안 내내 재인이를 생각한다.

할머니와 놀던 재인이. 재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던 할머니.

나와 너무 닮아서, 나도 모르게 자꾸 다섯 살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



자기가 태어나던 순간을 궁금해한다는 재인이.

너도 그렇구나. 나도 늘 궁금했어. 그 순간의 세상이 어땠는지. 날씨는 좋았는지, 비가 왔는지, 내 얼굴 처음 본 엄마는 기뻤는지 울었는지, 많이 아팠는지, 그런 게 너무나 궁금했어 나도. 그런데 할머니는 그런 걸 잘 기억하지 못했지. 내가 알고 싶은 걸 다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게 서운했지만 이제는 알아. 모든 순간을 기억하며 살기엔 너무 힘든 시절이었으니까. 터프하게 떨쳐 보내기로 한 거였지. 할머니는 화끈한 사람이었어.



재인이는 어떤 것도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 되겠지.

우리는 언젠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

할머니가 된 나의 엄마가 다섯 살 재인이와 친구처럼 노는 걸 지켜보며, 나는 나중에, 재인이가 사춘기를 막 지날 때쯤, 아마 그때쯤 우리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오래전 철운의 고모님께 들은 말을 그때 가서 써먹을 것이다. "고모가 할머니가 돼서 미안해." 그리고 이렇게 말해야지. "그래도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