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4 04 13

 

대부분 길에서 쓰러지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고 나서야 자신이 서맥인 걸 알게 된다는데, 철운은 출퇴근 안 하는 직업 덕분에 그나마 대비가 되어서... 최악의 상황들은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비하고 관리한다고 해도 서맥은 회복되는 질환이 아니고 치료 약도 없으니 결국 인공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데, 철운은 그것만큼은 최후로 미루고 싶어 했었다.

 

 

일반 사람의 2/3 정도로 뛰는 맥박에도 점점 몸이 익숙해져 버리고, 그 상태를 겨우 유지하며 오다가, 최근에는 그마저도 무너져 30대로 떨어지고 말았고, 절반의 심박수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었다.

그런 철운을 보면 어떤 날은 짜증스러운 화가 일고(작년에 시술했으면 좋았잖아...) 어떤 날은 그게 또 너무 미안하고(심장에 기계를 넣는 건데 나였어도 망설여지지...) 그러면서 모든 게 서글퍼지고(진료 보러 갈 때면 심장 내과에서 늘 철운이 제일 젊다는 게...)

그러다 어떤 날에는 철운이 없는 세상을 나는 버틸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마는 것이다.

 

 

고작 그런 감정적 어둠에 내가 시달릴 때 철운은 죽음이 바로 자기 턱밑에 차 있는 공포를 겪고 있었고 결국 다음 진료일을 세 달 앞당겼다.

차트를 본 의사도 이제는 선택의 여지없이 박동기를 넣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잡힌 시술일이 하필 만우절... 그 와중에 날짜 뭐야 서로 큭큭대다가, “그리고 그는 거짓말처럼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고 연기하는 철운의 등짝을 세게 쳤다. 이 미친놈아.

 

 

 

3월 31일

16층 심장 병동에 입원하고 시술 전 해야 하는 검사들 받았다.

흉부 엑스레이 찍고, 항생제 반응 테스트하고, 퇴원할 때까지 달고 있어야 하는 심전도 부착했다.

 

저녁에는 집도의가 병실로 찾아와 내일 시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미 작년부터 페이스메이커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 심지어 대학 강의 영상까지 섭렵했기 때문에 전부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의사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지기 마련이라, 정말로 처음 듣는 자세로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게다가 철운은 이 젊은 의사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며 확신했다. 저분은 덴마. 나를 살릴 것이다. 거의 이런 눈으로 바라봄.

 

내일 뵐게요 하고 떠난 의사가 우리 바로 옆호실에 있는 (내일 오전에 철운보다 앞서 같은 시술 받게 될) ㄱㅂㅊ씨와 이야기 나누는 소리 들려서 엿들었다.

앞으로 절대 술 드시면 안 돼요 하는 말에 ㄱㅂㅊ씨가 웃으면서, “술 안 먹으면 일을 못하는데?!” 사회생활은 그런 것이야라는 듯한 말투로 샌님 같은 젊은 의사를 놀리듯이 말하자, 철운의 덴마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건 핑계라고 생각해요. 저도 당연히 그런 상황들이 있는데요. 그런데 술 안 먹고도 다 제대로 할 일 할 수 있습니다.

오... 역시. 당신은 덴마.

 

선생님, 선생님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때도... 지금 하시려는 일도...

 

 

밤에는 친구가 철운의 수술을 앞두고 타로를 뽑아 보았다며 톡으로 보내 주었다.

 

 

이 마이너 카드라고 하는 컵9 그림이 몇 시간 전 덴마를 만난 후로 완전히 달라진 철운의 상태와 똑같은 데다가, 그냥 저 남자가, 너무 송철운이잖아! 미치겠네. 소리 내서 웃고 싶었지만 우리가 배정받은 2인실은 병원의 위상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좁았다. 1인실이던 곳에 억지로 욱여넣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틈 없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간병인이 소변을 받아내고 수시로 가래도 뽑아 주어야 하는 옆 침대 할아버지와의 공동생활 속에서는 웃음이 터지다가도 저절로 입을 틀어막게 되었다.

 

 

4월 1일

시술 날 아침.

먼저 시작하는 ㄱㅂㅊ씨 시술이 종료되면 그 다음 철운이 대기실로 간다고. 우리 덴마 선생은 그럼 점심 식사도 못하네. 손이라도 떨리면 어쩌지... 이런 걱정 하며 시술 전 해야 하는 심장초음파 마치고 12시 조금 안 돼서 이제 내려가자며 간호사가 휠체어를 끌고 병실로 왔다. 옆 침대 할아버지와 간병인 아주머니께서 수술 잘 받아요. 끝나고 오면 우리는 병실 옮겨서 없겠네 하고 인사해 주셨다. 작은 소리로, 에휴 젊은 사람이...라고도 하셨는데 순간 울 뻔했지 뭐야...

 

 

휠체어 탄 철운을 끌고 가는 간호사를 뒤따라 3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왼편에 있는 심장전기생리학검사실이라는 곳 앞에서 보호자분은 들어오시지 마세요 하는 말과 함께 그 둘이 순식간에 훅 하고 사라져버렸다. 뭐 하러 가는지 설명도 해주지 않고 말이다. 여기가 뭔데? 검사를 할 게 또 있나 하고 그 앞에서 마냥 기다리는데 20분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뭐뭐뭐님 보호자분! 하고 부르길래 네 하고 안으로 따라 들어갔더니, 막 시술 마친 듯한 복장의 덴마 선생이 페이스메이커가 장착된 엑스레이 사진 앞에 서 있었다.

뭔데??? 여기 뭐 검사하는 데가 아니었어??? 아니 들어간 지 20분 밖에 안 됐는데 끝났다고??? 이게 철운이 심장??? 머릿속에 물음표가 터질 것 같은 상태로 그 옆에 서서 나도 엑스레이를 들여다보는데, 몇 초가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 없고 뭔가 나를 둘러싼 공기도 이상한 것 같아서 그제야 덴마 선생을 쳐다보니, 이분도 ???? 이런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 왜 오셨어요??? 그러자 나를 안내한 간호사도 ???? 이렇게 되어서, 어?? 송철운님 보호자세요??? 근데 왜 따라오셨어요??? 밖에 있던 ㄱㅂㅊ씨 보호자도 ???? 우리 아버지 이름 부른 거 같은데??? 저 여자 왜 들어가지???

그랬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ㄱㅂㅊ씨 시술 사진을 첫 번째로 감상하게 되어...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복도로 나와 한참 동안 머리에 낀 멍청함을 털어내야 했다. 정신 추스르고 복도에 있는 모니터를 보니 철운의 이름이 1번 방 대기실 환자에 올라 있었다. 그래 그렇겠지... 설마 20분 만에 끝났겠냐고...

긴장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3년 전에 코로나 걸렸을 때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 원래도 멍청하지만 진짜 그 뒤로 더 멍청해짐. 큰일이다...

 

 

앉을 곳이 없어 그냥 멀뚱히 그 앞에 서 있는데, 중환자실로 옮기는 환자들 이동에 내가 걸리적거리고 있는 걸 뒤늦게 깨닫고 복도를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지하에도 갔다가 우리 집(철운이 자꾸 병실을 우리 집이라고 불러서...)에도 잠깐 들렀다가 그러고 다시 3층으로 돌아왔는데, ?? 뭐? 아직도 대기실?? 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1번 방 대기실 환자로 되어 있는 모니터를 계속 올려다보면서 누구라도 잠깐 나오지 않을까 싶어 다시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타이밍을 잘 보면서.

 

 

그러고 있는 동안 가족들 철운의 친구들 내 친구들 연락을 쉴 새 없이 받고 새삼 이 고마운 마음들을 진짜 귀하게 여겨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제 어딘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 있구나. 이전에는 쉽고 당연한 공감이라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어쩌면 가장 어렵고 진지하게 건네는 귀한 것이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자 점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조용한 화장실을 골라 일을 보고 나와서 또 한참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3층으로 돌아와 오른편에 있는 중환자실 입구 앞에서 잠시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러고 다시 심장전기생리학검사실이 있는 복도로 왔다.

 

 

아니 그런데?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철운 이름이 여전히 1번 방 대기실에 있는 것이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서워 심장이 쪼그라들 때쯤 마침 문이 열렸고, 막 나온 간호사가 어디로 가려는 걸 막아서며 물었다. 저기요 송철운 환자 왜 아직도 대기실에 있어요? 들어간 지 두 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대기실에... 왜 그런 거예요... 그러자 간호사는 내 속도 모르고 밝게 웃으면서, 아 지금 선생님 열심히 시술 중이세요 저건 모니터가 고장 나서 그래요. 아. 네...

 

 

3시에 문자가 왔다.

'시술 종료 후 경과를 설명드리니 보호자는 검사실 앞에서 대기해 주세요.'  아 네.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습니다...

 

 

조금 뒤, 송철운님 보호자분! 하고 불러 안으로 들어갔다.

한 번 들어와 본 곳이어서 아까만큼 긴장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진짜 철운의 심장이다. 그런데 ㄱㅂㅊ씨 보다 좀 흐리게 찍힌 것 같은 철운의 엑스레이가 신경이 쓰여서... 배가 또 아프기 시작했다.

덴마 선생이 깊은 탄식을 먼저 뱉으면서, 하아. 정말 오래 걸렸어요. 송철운님 심장 자체가 많이 안 좋네요. 전극선을 꼽을 좋은 위치 찾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어요. 근육이 거의 다 노화돼서 잡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겨우 남아 있는 건강한 곳 찾았고, 결론은 시술 자체는 잘 됐습니다. 하아. 지금까지 제가 한 시술 중에서 제일 오래 걸린 시술이었어요라며 또 한 번 탄식한 다음에, 지금은 끊으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술을 많이 드셨나요? 앞으로 정말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심장 근육이 팔십 대 정도로 늙어 있어요. 술, 드시면 안 되고, 체중 감량, 꼭 하셔야 합니다. 지방층이 일반 여성 유방처럼 두꺼우세요라고 철운의 속 사정을 세세히 알려 주셨다.

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때도... 지금도...

 

 

바로 이어서 페이스메이커 회사 직원에게 기계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생활하며 조심해야 할 내용들을 들었다. 이미 다 알지만 역시 또 처음 듣는 것처럼 열심히 듣고 있는데, 저쪽에서 또 다른 문이 열리고 마취에서 막 깬 철운이 드디어 나왔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 오래 걸렸대... 하고 꿈꾸는 얼굴로 철운이 말했다. 응 너 오래 걸렸어 의사 선생님이 어려웠대 근데 잘 됐대 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간호사가 침대를 후루룩 끌고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버렸다. 보호자님은 설명 다 듣고 오세요 환자분 먼저 올라갑니다 하면서.

 

 

병실로 올라와 말똥말똥하게 정비된 철운에게 덴마와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달해 주었다. 근육이 노인만큼 늙었다는 말에 덜컥 어두워졌다가 지방층이 여성의 유방만큼 두껍다는 말에 금방 또 웃는다. 야 근데 신기하다. 벌써 컨디션 좋아진 게 느껴져. 기분이 아니라 정말로 몸이, 혈액이 순환되고 있는 게 바로 느껴진다고 철운이 말했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니까 머리도 맑아진 것 같고 단어가 막 빨리빨리 생각난다고. 오 진짜? 육팔에?? 사십팔! 칠오??? 삼십오!!! 오.

 

 

 

회진 시간에 다시 만난 덴마 선생이 아까보다는 한결 가벼워진 말투로 철운에게 말했다. 와아.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와. 선생님 기억 속에도 정말 오래 남을 시술이 되려나 봅니다...)

철운이 계속 끄덕이며 듣기만 하고 상태를 묻는 질문에도 네 괜찮아요라는 말만 하자, 덴마 선생이, 그... 송철운님은 성격이 좀 무던하고 그런 편이신가 봐요라며 한 번 더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는데 역시 또 어색한 웃음으로만 답하는 철운과 이 안의 공기...가 너무 웃겼다.

지금 긴장해서 그러는 거예요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끼린 당신을 덴마라고 부르고 있는걸요. 나라도 이렇게 말하면 좋을 텐데. 철운못지않은 나도 그냥 바보처럼 웃기만 했다.

 

 

저녁 먹고 잠깐 집에 좀 다녀 오려고 9시 20분 기차 예매해서 용산으로 가고 있는데 친구가 또 타로를 보내 주어서 톡으로 신나게 떠들었다.

 

 

오늘 아침에 뽑은 건데 신경 쓰일까 봐 일부러 수술 끝나고 보여준다면서, 심판의 날에 천사의 나팔 소리를 듣고 관 속의 죽은 자들이 부활하는 장면이에요. 역시 오늘과 딱 맞는 카드여서 소름 돋는다고. 와아. 진짜 뭐지. 타로 뭐야. 이럴 수 있나. 천사의 나팔 소리=덴마 선생님 손길? ㅋㅋㅋ 이러면서 용산에 도착하고도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었다.

청춘호 타는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내가 탈 열차칸 번호 앞에 착 서서 자리 잡고 타로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응?? 근데 지금 9시 27분...??? 왜 기차 안 와??! 아까부터 지하철만 계속 서냐 청춘호 연착인가??? ......?????! 아. 눈앞에서 그냥 보내버렸구나... 하아. 제대로 현기증이 나서 잠깐 휘청거리긴 했지만 얼른 올라가 창구에 가서 환불한 뒤 10시 48분 기차로 다시 예매했다.

정말 하루 종일 멍청하고 멍청했네. 내일도 멍청하겠지.

 

 

삼진 어묵 하나 먹으면서 시간 때우다가 무사히 마지막 기차 탔고 춘천역에 열두시 조금 넘어 떨어졌다. 아유 우리 삼고들 이틀 동안 어떻게 지냈으려나... 너무 서러웠다고 왜 이제 오냐고 막 달려오면서 울겠지 하고 현관문 열었더니, 다들 갑자기 켜진 불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꿈뻑꿈뻑만 하고 있었다. 아 미안... 푹 잤구나... 아니 나는... 똥을 치우러 왔어... 응...

 

뭐하러 왔어하는 얼굴 하지 말아 줄래...

 

 

4월 2일

두 시간 정도 눈 붙이고 대충 청소하고 나와서 5시 50분 지하철 탔다.

출발할 때는 나 포함 두 명이던 열차 칸이 마석 사릉 퇴계원 별내를 지나면서 점점 출근길 지하철 풍경이 되었다. 이제는 까마득한 시절이지만 나도 출근 인파에 떠밀리며 회사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매일 구리에서 경복궁역으로 구리에서 성수역으로 출퇴근했을까 툭하면 배탈 나는 이런 몸으로 말이다. 그래도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은 없는걸 보면 그래도 그런 상황들 잘 헤쳐 나갔었나 봐...

 

 

병원 도착해서는 바로 소독법 배웠다. 이제 내일 퇴원하면 다음 외래까지 2주 동안 집에서 매일 소독해야 한다.

 

 

숫기는 없어도 궁금한 게 많은 철운 때문에 간호사실을 몇 번이나 갔는지 모르겠다. 미옥아 나 커피 먹어도 되는지 한 번 물어봐 줄래? 나 팔을 어디까지 들어도 되는지 물어봐 줄래? 나 진통제 아까 먹었는데 또 먹어도 되냐고 물어봐 줄래?

심전도 계속 부착하고 있어야 해서 퇴원할 때까지 16층 내에서만 움직여야 한다고 입원할 때 분명 들었지만, 진짜 너무너무 갑갑하다고, 밖에 벤치까지만 나갔다 와도 되냐고 또 물어봐달라길래, 혹시 잠깐은 되려나 하고 가서 물었다가, 지금껏 아무리 귀찮게 해도 천사처럼 친절하게 얘기해 주던 간호사가 처음으로 무서운 얼굴 지어서 쫄았다. 안 돼요. 16층 안에서만 돼요. 앗 넵.

 

 

오늘 밤에도 도착한 타로 카드. (이제 이 시간에 타로가 오지 않으면 허전할 것 같다...)

“내일 퇴원 후 철운씨가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 상상하며!” 뽑았다고

 

 

이걸 본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서, 약간 쓸쓸해 보인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저에게는 이렇게 다가왔어요. 인공심장박동기를 단 것이 새 삶의 전부가 아니다! 건강 관리를 이제 진짜 단디 해야 한다는 카드...” 오오. 타로 뭐야 진짜. 덴마 선생이 한 얘기 그대로잖아!

철운에게도 보여 주니 제일 먼저 저 달이 의미심장하다면서, 다시 방탕한 생활로 돌아가는 자기를 지켜보고 실망하는 얼굴 같다고 했다. 오. 정말 놀랍네. 아니 타로 뭘까 정말.

 

 

4월 3일

오전에 엑스레이 촬영 마치고 이런저런 보험사 제출용 서류 다 떼고 드디어 퇴원 수속 마쳤다. 무려 연차를 내고 병원으로 와준 오빠들 덕분에 춘천까지 편안하게 왔다. 다 같이 닭갈비 먹고 커피 마시고(덴마 선생이 하루 딱 한 잔만 허락해 주심) 그러고 헤어졌다. 오빠들 정말 고맙습니다...

3박 4일 대장정이 이렇게 끝난 건가 하는 감상에 빠질 여유도 없이 짐들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 사러 약국에 왔다 갔다 하고 어머니가 푹 고아 놓으신 삼계탕 가지러 또 갔다 오면서 마지막에 세게 현기증이 왔다. 아 체력 길러야지 안 되겠다고 절실하게 느끼며... 이제 더는 쓸 힘도 없어... 그만 끝내.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