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3 01 20

 

드디어 벗어났다고 느낀 순간을 기억한다.

만지와 지낸 지 일 년이 채 안 되었을 때였다. 평소처럼 만지 등을 쓸고 있다가 갑자기 무언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내 몸에서 빠져나간 게 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가 켄지야.

벗어났다 켄지로부터.

만지랑 다른 빳빳한 감촉으로부터. 탄력이 덜한 근육으로부터. 꾹꾹이 하던 하얀 주먹으로부터. 내게만 안기던 겁에 질린 동공으로부터. 벌어진 입으로 작게 새어 나오던 마지막 비명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죄책감으로부터. 희망을 갖지 않은 나로부터.

 

 

천천히 사라진 내 고양이에게 용서 받은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영원히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