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0 10 25

 

이번 장마 때 어머니 집에서 밥 먹으며 뉴스를 보다가, 저도 국민학교 때 저렇게 집이 잠겨서 저랑 오빠는 할머니 댁에 가 있고 엄마 아빠는 남아서 물 푸고 그랬어요 했더니 어머니가 놀라신 듯 다시 물으셨다. 네가 어릴 때 집에 물이 찬 적이 있어?

네. 끝까지 잠긴 건 아니고 마당부터 해서 무릎까지 찼어요.

어머니가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으시니까 약간 흥분이 되어서, 이런 것도 겪었다구요 하는 마음으로 말했는데 거기에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왜 더 묻지 않으셨을까.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며칠 뒤 우리 집에 온 엄마 아빠와 뉴스를 보다 또 말이 나왔다. 나 국민학교 때 우리 집 저렇게 물 찼었잖아. 그러자 엄마가, 맞아 어유 그때 부엌까지 찼었어 화장실도 어으, 라고 했고 화장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아빠가 엄마 무릎을 툭 건드렸다. 그만하라는 신호인 게 티 났다. 나는 그날 어머니 집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 얘기를 계속 더 하고 싶었다.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그 집에 대해서 더 말하고 싶었다.

내가 그 얘기를 싫어하고 그 집을 창피하게 여기며 자랐을 거라는 아빠의 착각을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아빠는 모르고 철운은 안다.

내가 그 시절 얘기를 철운과 농담처럼 종종 개그 소재로도 사용하고 있는 걸 아빠가 알고 있고 우리가 그런 사이였다면, 아마 화장실, 거기에서 엄마의 무릎을 치는 일은 없었을 거고.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그 장마와 그 집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을 거고. 새벽 세 시에 아무도 깨우지 않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러니까, 내가 오래전부터 아빠에게 모든 걸 다 얘기했더라면.

 

 

밖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내가 나인 걸 설명하는 일에 너무 익숙하니까. 

그런데 도무지 이 가족 안에서는 나를 설명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