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4 03 06

 

메밀전 부칠 때는 머릿속이 책 작업으로 꽉 차 있었는데 이제는 거기에 망해버린 메밀전까지 비집고 들어와서 떠나지를 않는다.

한 번 사로잡힌 생각을 멈추게 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바로 털어내고 전환이 되는 시기도 물론 있지만... 결국 이런 나로 돌아왔을 때 '아 돌아왔구나' 하고 느낀다면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는 수밖에.

정리 안 된 그림책 콘티에 기름이 뚝뚝 흐르는 메밀전을 업고 다시 스케치를 그 위에 얹고 또 찢어진 메밀전을 덮으면서... 수박 게임처럼 그것들을 머릿속에 꾹꾹 채워 넣는 거지 뭐. 괴로워도 그 속에서 편안하다면.

 

 

떠돌던 메밀전 한 장이 다른 메밀전 한 장과 만나면 약간 커진 감자전 한 장이 된다. 감자전 두 장이 만나서 김치전 한 장이 되고, 김치전 두 장은 갑자기 치즈 케이크 한 판이 되어 나도 모르게 침이 고이고, 그럼 그다음엔 페퍼로니나 마르게리따 피자면 좋겠다, 이제 마지막엔 뭐가 또 맛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