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3 04 12

 

 

 

빌리를 버린 게 아니라 빌리가 집을 나간 뒤 이사를 하게 됐고 몇 번이나 찾으러 왔었다고 하는 가족의 등장에 내가 얼마나 패닉이 되었는지, 당시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랬었다.

그 가족과 구조자분 사이에 분명 많은 말들이 오갔을 텐데, 아마도 나를 배려하는 마음에 조금씩 잘라낸 캡처본을 보내신 것 같아 더 묻지 않았지만, 사실은 데려가겠다는 말을 했을까 봐 무서워서 묻지 않은 거였다. 어찌 됐든 정리된 상황만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패닉이었다.

그 일이 벌써 세 달 전이라니.

 

그때 철운이 "만약에 우리 애들이 집 나갔는데 몇 달 뒤에 다른 사람 집에 살고 있는 걸 알게 되면..." 이라고 하는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만약이 어딨어! 그럴 일이 만약에도 없을 건데 왜 그런 생각 하냐고.

'만약'이라는 말만으로 소름이 돋아서 그런 상상은 하기 싫었는데...

 

잠투정 하려고 무릎에 올라온 레오가 오늘따라 유독 더 예뻐서...

빌리가 낳은 이 해맑은 아이를 마구 쓰다듬다가... 한 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만약에,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실수로 중문이 열려서, 너희가 신나게 뛰어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면, 그러면 나는 아마 미친 듯이 찾아다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국 집으로 오게 하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그런데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찾게 되는 걸까. 정말 만약에, 모든 수를 써도 찾지 못하는 일이 내게 생기면, 그런 일이 내게 닥치면, 그럼 진짜 어떡해야 되나... 그리고 이런 생각에는 사람들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일로 만약을 상상하는 게 이래서 싫은 거야.

 

이제 막 잠이 든 레오를 내려다보며...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내고 상상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 건 미움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무튼.

적어도 빌리가 냉정히(아마도) 버려진 것은 아니었다는 사정을 알게 된 것 하나만큼은 잊고 싶지 않고, 이 마음을 남기려고 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