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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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21

 

옥탑에서 나온 폐기물이 한 트럭 가득 넘쳤고 어쩌면 중요한 것들이 실수로 따라 들어갔을지 모르겠다.

철운한테는 내가 이사를 해 봐서 좀 안다고 말했었는데, 아니었어. 역시 여길 떠난다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가족 모두 살던 이 집의 역사를 혼자 대표로 끝내는 것. 작별하는 마음으로 가족들 물건을 대신 정리하는 매일매일

이번에 보면서 많이 놀랐다. 밤마다 울적하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뚝딱 하나씩, 포장이사 신청부터 가전제품 처리, 폐기물 트럭, 무슨 전세 보험이라는 것까지 미리 알아 놓고. 내가 자고 일어나면 그런 게 벌써 다 해결 돼있다. 그리고 본인 마감을 마치고 저녁엔 집회도 나간다. 미안하고 참 대단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난주엔 할머니 뵙고 돌아오는 길에 너, 견딜 수 있겠어 하고 물어봐 줘서 고마웠다.

 

 

오늘은 내 결혼식 사진 중에 할머니 얼굴이 잘 나온 것 있는지 찾아 보라는 전화를 받았고

신부 대기실에서 찍었던 내 옆에 앉아 계신 사진으로 두 장 보낸 뒤 오랜만에 한참 바라봤다.
그날 환하고 예쁜 한복 입으셔서 사진도 잘 나왔어

 

 

이상적이고 완벽한 만남. 관계.

그런 것에 질리고 있단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

떠오를 때마다 불편하고 싫었던 적이 있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어떻게 좋아지게 됐을까
오해가 풀려서, 이제야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아니면 그런 감각이 이제 없거나 둔해져서.

정말 잘 모르겠고 아마 계속 모르겠지만...

정해놓은 선과 규칙이 너무 드러나는 사람이 되기 싫고
그런 질문과 답은 그냥 나만 알면 된다는 생각도 점점 더

2016 12 02

 

 

이렇게 좋은 글에 그림 그릴 수 있어 정말 기쁜 한 해였습니다.
미진 작가님과 빵이사님, 으뜸 디자이너님, 그리고 철운, 모두 고맙습니다!

 

2016 11 30

 

 

매년 구경하러 가던 언리밋에 올해는 참가자로 앉게 되었다.

자기가 있으면 왠지 안 될 것 같다며 걱정하던 철운과 그것보다 훨씬 더 불안했던 나

눈앞에서 누군가 이 책을 펼쳤다 일 초만에 다시 닫는 걸 지켜보며 가슴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렇게 내내 평가받는 기분으로 앉아 있었는데, 이제서야 즐기지 못한 게 아쉽다고 생각한다 바보

 

내게는 첫 그림책이고, 이렇게 긴 시간 작업한 결과물도 처음이라서... 정말이지 만감이 서리는 요즘이다.

여러 고마움에 관한 건 절대 잊지 말아야지, 또 하나 약속하는 요즘

2016 11 20

 

아직 십일 월인데 벌써 한 해를 다 마친 기분이다. 남은 한 달은 덤으로 얻은 것 같다.

어떻게 써야 아깝지 않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꿀 같은 시간. 이사가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또 한 장 넘긴 <몸의 일기>에 긁는 얘기가 나온다. 1982년 11월 24일과 25일. 수요일과 목요일 일기

 

 

긁는 즐거움. 짜릿한 쾌감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시원함으로 끝나는 것뿐 아니라, 특히 가려운 지점을 1밀리미터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그거야말로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 아닐까. 긁어야 할 지점을 옆 사람에게 정확히 가리켜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람은 날 만족시킬 수 없다. 누가 하든 목표 지점을 살짝 비껴가기 일쑤다.

 

 

자기 몸을 긁다 보면 쾌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자기 몸을 아무리 간질인들 웃음이 터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