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8 14

 

 

매년 이맘때면 어릴 때 우리 집 잠겼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부모님이 모텔과 집을 오가며 똥물을 푸고 복구하는 동안, 오빠와 나는 할머니 집에서 아무 고난 없이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엄마는 모텔이 처음이라 생경한데 하필이면 물침대라 너무 불편해서 잠도 잘 못 잤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겪은 수해를 나는 고작, 할머니가 싸 준 도시락, 특히 껍질 부분이 비닐인 줄 알고 일일이 다 까서 구운 비엔나소시지가 창피했던 걸로만 기억한다는 것이...... 그런데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오빠와 함께 살던 반지하 집 현관에 물이 찼을 때도 나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오늘 곳곳에 범람하는 지역 뉴스들을 챙겨보며, 이 안락한 집에서, 침수될 걱정 없이 이런 일기를 쓰고 있는 나. 언젠가부터 내가 가진 모순들을 고백하듯 털어놓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니까 제발 눈치 챙겨, 알았어? 네 바닥을 보고 와. 마지막에 꼭 이 말을 내뱉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