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 내가 부친 메밀전을 미래를 위해 기록해두긴 해야겠지. 하지만 쓰기도 전에 벌써 지치고... 기름을 잔뜩 머금은 메밀전과 소쿠리 아래로 줄줄 흐르던 기름을 다시 떠올리니 실제로 헛구역질이 나온다. 이번처럼 이렇게 망친 적이 없어. 역대급으로 망했다. 아마 몇 년 전 나였다면 여기에 약간의 재미 요소와 현장감을 섞어 나만의 아카이빙을 남기고 싶어 했을 텐데 그러기엔 이제 체력이 안 되고... 재미를 느끼던 감각도 그때 같지 않다. 그런데 재미도 없는 이걸 또 이만큼이나 쓰고 있네... 못 말려.

작년까지는 메밀전 가게 차려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게를 차려도 될 정도로 메밀전을 잘 부친 것이 신나지도 않았지만,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꽉 차 있고 그래서 눈앞의 메밀가루와 물과 배추를 빨리 치워버린다는 느낌으로 대한 것은 끔찍하게 더 싫다.

어쩜 이렇게 멀티가 안 되는 걸까. 전에다 45를 쓰고 딴 생각에 55 이 정도로만 나누어도 그럭저럭 둘 다 망하진 않잖아? 근데 왜? 그게 안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