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06

 

현장에서 아빠의 한 쪽 팔목만이 간신히 걸린 채 매달리는 사고가 났을 때 오빠와 나는 학교에 있었고 저녁에 집으로 온 막내삼촌이 짜장면을 시켜 주면서 아빠가 지금 큰 수술 중이라고 말해주어 알게 되었다.

아빠의 일터는 늘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운이 나쁘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불행이 우리에게 닥친 거라고 받아들일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아빠와 사이가 안 좋았고...

 

 

요즘 이 옆을 지날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저런 높은 곳에 혼자 매달려 있던 순간, 죽음 말고는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었을 아빠 눈에 보인 것은 무엇이었을지. 고3이면 어린 나이도 아닌데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지.

갑자기 이상적이고 다정한 사이가 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런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다만 나는 우리들의 지난 삶이 계속 궁금하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