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세계를 알려고 할 때 두 세계를 제 위치에 두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을 또 해버렸다.'

(만지가 집에 온 지 3개월 되었을 때 이런 일기를 써두었다.)

젖병을 떼고 이제 눈이 선명해지면서, 내가 만지를 볼 때 만지도 나를 빤히 쳐다본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어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순간에 네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할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램에서 아다가 보인 눈빛이 꼭 그랬다. 아다는 마리아 부부에게 선물이고 기적이었지만 늘 조용하던 부모가 축구 경기에 환호하며 같이 춤을 추자고 다가갔을 때, 아다는 작게 고개를 젓고 뒷걸음질 쳤다. 아다는 식탁에 앉아 사람처럼 밥을 먹지만 삼촌이 건넨 건초에 즉시 짐승처럼 상체를 숙였다.

왜 이런 생각을 계속 붙잡아 두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만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두려운 건 아닐까. 만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순간 내가 받을 상처가 말이다. 나는 결국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야. 그래서 만지가 배를 보이고 누우면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안심하게 된다. 그걸 확인한 것뿐인 관계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또... 해버린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