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2 01 17

 

지난 12월에는 그동안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하게 기억나는 것들을 검색해 하루에 한 편씩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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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차례로 다 보고 나자, 내 안에 떠돌던 여러 자아들이 아주 밀접하게 일치하는 시기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30일과 31일에 본 것은 파워 오브 도그와 돈 룩 업. 파멸과 파괴로 강렬히 사라진 2021년이었다.

 

올해 첫 영화는 램.

나는 앞으로 이 영화를 어느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마리아가 함께 춤을 추자며 아다에게 다가갈 때 그때 아다가 보인 그 눈빛으로 말이다. 그 얼굴이 계속 잊히지 않는다. 언젠가 만지에게도 그 눈빛이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어제 본 것은 더 하우스.

한 집의 과거와 현대와 근미래가 각각 세 개의 단편으로 이어진다.

스톱 모션은 아무리 재미없게 만들어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영화로서도 너무나 걸작이었다. 벌레라면 기절부터 하는 내가 두 번째 이야기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올해의 좋은 시작이다. 벌레가 끊임없이 나오고, 화면 가득히 빈 곳 없이 등장해 춤을 추는데 그야말로 미친 블랙 코미디였다. 왜냐면 내가 거기서 다 포기한 상태로 실소했기 때문에..

두 번째 편은 불쾌함을 견디고 엔딩을 꼭 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결말이다.

 

마지막 편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절망이고 희망인 이야기.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안개가 걷혀서 다행인 이야기...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마음 한 쪽에선 절망을 예감하게 되는. 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