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3 12 25

🎄

 

철운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얼굴 가까이 귀를 대고 있다가 한참만에 후 하고 내쉬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참던 숨을 뱉으며 다시 자리에 눕고, 의식하지 못한 눈물이 옆으로 죽 흐르고서야, 나 뭐 한 거야 재수 없게... 그랬던 몇 번의 밤이 올해 가장 나를 무너지게 만든 날들이었고...    

최근 들어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와 똑같이 일어나 고양이들과 차례로 눈을 맞추고 사과를 깎고 계란을 삶아 아침으로 먹은 다음 철운이 걸어오는 장난을 뭘로 받아칠지 궁리하면서 커피를 내리고 곧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이 오고 시켜 먹을까 해먹을까 서로 미루다 누구 한 명이 먼저 돈을 아끼자 내가 쌀 안칠게 하고 말하면 머릿속에 햄버거나 피자를 그리고 있던 한 명은 조금 아쉬워하면서 그래... 그러나 막상 냉장고에서 꺼낸 두세 가지 반찬과 갓 지어 뜨겁고 윤기가 도는 쌀밥을 입에 넣으면 음 역시 시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그런데 저녁은 또 뭐 먹지? 지긋지긋한 고민을 반복하는 이 하루에 더 이상 내가 없고... 네가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