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3 10 13

 

어제 정기검진일.

이번에는 대장은 안 하고 위내시경만 했다. 회복실에서 눈 뜨자마자 잘 안되는 몸을 기어코 순간적인 괴력으로 일으켰는데 저번에도 그러더니 그냥 더 자도 되는 걸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입원했던 기억 때문에? 몸이 기억하고 거부하는 건가?!

 

휘청휘청 신발 찾아 신고 데스크로 갔더니 간호사가 놀라면서, 아니 벌써 깨셨냐고 혼자 일어나시면 안 된다고 나무라듯이 말하곤 바로, 아 너무 조금 주무셨다... 작은 소리로 걱정하듯이 말한 다음, 아직 결과 보기엔 이르다며 좀 더 기다리라고 했다. 한참 기다린 걸 보면 정말 너무 일찍 깼나 보네.

 

차례 돼서 들어갔더니 2년 전 사진과 오늘 촬영한 것이 나란히 띄워져 있었다.

"자, 보세요.

그때도 조금 불긋불긋했는데, 똑같은 위치가 더 진해졌지요?

그래서 헬리코박터균이 의심돼서 조직 검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역시 맞네요."

그래서 2주 치 약 처방받았다. 이걸 다 먹고, 다시 와서 입으로 후 불기만 하면 되는 검사로 균이 다 죽었는지 보자고 했다. 금식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서 끝나면 뭐 먹을지 간절했었는데, 조직 검사했으니까 두 시간 뒤에 죽 먹으라고... 해서 죽 사 가지고 왔다. 

 

건강검진은 너무 귀찮지만 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요즘 들어 맥없이 늘어지던 몸에 약간의 자극을 주었을 뿐인데, 뭔가 해 볼 의지가 생긴 걸 보면.

 

 

 

 

추석 지나고부터 철운은 또 심박이 자꾸 떨어지고... 말하지는 않아도 서로에게 깊은 우울감이 찾아온 걸 느낄 수 있다.

 

올봄에 나는 철운이 심박동기를 달았으면 했는데, 본인이 갖는 두려움도 백 프로 알아서, 그걸 달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선택을 존중했다. 그때부터 철운은 매일 두 번씩 나가서 걷고 식사 거르지 않고 술도 옛날통닭도 5개월이나 참았다. 그랬더니 일반인들 수치까지는 안 되어도 그래도 40 밑으로는 떨어지지 않으면서 무사히 지금까지 올 수 있었는데... 그만큼도 안정적이라고 감격하면서 말이다. 그랬는데... 단 며칠 안 좋은 생활에 이렇게... 도로 뚝 떨어져 버리면... 앞으로 얼마나 더 철저해야 하나... 솔직히 잠시 절망했다.

 

그러니 나로선 심박동기 얘기를 다시 꺼낼 수밖에.

철운은 그래도 한 번 좋아지는 경험했으니까 다시 더 철저히 해 보겠다며 할 수 있다고 힘내본다고 말했다. 그래... 그러자.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을 너무나 진심으로 하는 철운에게 이렇게 빨리 심장의 노화가 온 사실이 우리를 무너지게 하고 슬프게 하고 외롭게 만들고... 그런데 또 이렇게 나약한 두 인간이라서 어느 날은 작은 일에 금세 웃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행복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냥 이 파도를 잘 타면서 아니 어쩌면 잘 버티면서 다시 해 보는 수밖에

 

다시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