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04

 

 

순전히 내 마음이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5월의 반갑고 좋은 시간들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시동을 걸기도 전에 계속 다음으로 넘어가고 언제쯤 내 마음을 꺼내 볼까 망설이는 동안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그 사이 또 조금씩 닳고 결국 모든 것이 애매한 채로... 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어젯밤에는 드라마 대사에 그만 눈물샘이 고장 나버렸다.

작업하는 동안 그냥 틀어 둔 거여서 그렇게 집중한 것도 아니었는데, 다해가 이나에게 건네는 말이 들린 순간 갑자기 눈이 뜨거워지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거였다. 왜 이래 정말.

이제는 그런 딸이 있는 게 더 자연스러운 나이인데도 여전히 중학생 복이나 역할에 나를 의탁하고 마는 지긋지긋한 이 수준... 그냥 내 눈물 버튼이 그 시절인가 봄...

 

널 찾아오는 사람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

네가 들은 건 여러 겹의 마음 중에서 아주 작은 조각일 수도 있어. 음... 잠깐 지나가는 기분 같은 거?

 

 

이렇게 말해주는 어른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아니 꼭 이런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그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떤 말이든 건네주는, 그런 어른이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