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29


우리는 긴긴 철교 위를 달리는
쏜살같은 전철에 지친 몸을 싣고
우리는 그 강물에 빛나던 노을도 진
아 어두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집으로 졸며
우리는 신선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에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창백한 불빛 아래 겹겹이 서로 몸 부대끼며
사람의 슬픔이라는 것이 다른 그 무엇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도
이 열차의 또 다른 칸은 아닌가
아 그 눈빛들 어루만지는 그 손길들
우리는 이 긴긴 터널 길을 실려가는
희망 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어서는 안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괘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 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무거운 눈꺼풀이 잠시 잠기고
깜빡 잠에 얼핏 꿈을 꾸지
열차가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찬란한 은빛세상으로
거기 사람들 얼굴마다 삶의 기쁨과 긍지가 충만한
살만한 인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매일처럼 이 열차를 기다리는 저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를 태우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되지
마지막 역과 차량 기지를 지나
열차와 함께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