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4 11 16

 

 

의사가 기침을 참으라기에 나는 또 이런 일에는 철저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참고 있다. 기침이 터지려고 할 때마다 주먹으로 쇄골을 때려가며 이가 으스러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온 힘을 짜내 참아낸다. 과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지... 옆에서 철운이 너니까 참지 아무도 못 참는다고 했다. 늘 칭찬이 고픈 나는 이것마저 칭찬으로 들리고...

 

 

다음 주 사촌 동생 결혼식에 올 거냐고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감기에 걸렸는데 여러 사람 옮기느니 안 가는 게 낫겠지?라고 했더니, 그래 그때 봐서 좋아지면 오든지 해.라고 답장이 왔다. 늘 뉘앙스에 집착하는 나는 오든지,라는 말에 꽂혀서 괜히 상관없는 철운에게, 봤지? 내가 이래서 연락을 안 하는 거야! 아니 감기는 어느 정도니 괜찮니, 먼저 물어볼 수도 있잖아? 엄만 진짜 냉정해. 짤없어.하고 하소연하였다. 그러자 철운은, 장모님은 그래에~~ 그때 봐서어~ 좋아지면~ 오든지이~ 해에~~ 이런 식으로 보낸 걸지도 모르는데 오.든.지.해. 이러고 네가 망상으로 읽어 놓고 그런다며 태생이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의 언어로 내게 뭐라 했다. 그리고 그런 말이 당장은 귀에 안 들려도 결국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것을 안다.

 

 

마치 다 깨달은 것처럼 더 이상 연연하지 않을 듯이 굴다가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고 느낄 때면 이렇게 평생 확인하고 깨닫고 또 확인하고 깨닫기를 반복하기만 하다 제자리에서 삶이 끝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눈앞이 캄캄해진다.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으로 일기 정도는 쓸 수 있겠지. 문제는 일기에도 쓸 수 없는 훨씬 더 못된 마음이다. 물론 이런 나의 내면의 갈등 따위보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