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4 02 25

 

이번 설에 내가 부친 메밀전을 미래를 위해 기록을 해두긴 해야겠지. 쓰기도 전에 벌써 지치고... 잔뜩 머금은 기름을 줄줄 떨어뜨리던 메밀전을 다시 떠올리니 헛구역질이 나온다. 이번처럼 이렇게 망한 적은 없었다. 역대급으로 망했다. 아마 몇 년 전 나였다면 여기에 약간의 재미 요소와 현장감을 섞은 아카이빙을 남기고 싶었을 텐데 그러기엔 이제 체력이 안 되고... 재밌지도 않고... 그런데 또 이걸 이만큼이나 쓰고 있네

 

작년까지는 메밀전 가게 차려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올해는 어우 얘, 기름이 어우, 처음 보는 어머니의 새로운 리액션을 획득했다. 가게를 차려도 될 만큼 메밀전을 잘 부친 것도 별로 신나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꽉 차 있고 그래서 눈앞의 메밀가루와 물과 배추를 그냥 치워버린다는 느낌으로 대한 것은 끔찍하게 더 싫다.

어쩜 이렇게 평생 멀티가 안 되는 걸까. 전에다 45를 쓰고 딴 생각에 55 이 정도로만 나누어도 둘 다 망하진 않잖아? 근데 왜? 그게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