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2 26
집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뭔가 쓸쓸한 기분이 드는데 이런 기분 느낀 것에 죄책감도 든다고 말하자, 알아 나도 그랬어 한참 전에 이미 그랬었어.
그날 이후로 많은 일들이 다르게 보이고 그렇게 보인 것들에 다시 의문이 든다.
사람들은, 나는, 우리는 왜,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이어가다 언젠가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 말이야. 왜 이렇게 못됐어?”
그래서 못된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게 못된 말 한 사람들과 내가 못되게 굴었던 일들, 세상 못된 것들을 떠올려 보다가, 못됐다는 것은 행위가 되어야만 나타나는 것인가 그런 질문이 다시 생기고...
마음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 못되지 않은 걸까.
그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느낀 기분. 그 기분이 사실은 못된 마음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사람들 차림새가 낡고 촌스럽고 말투는 고상하지 않고 주최 측 선곡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래서 창피하다고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고... 저 인도 위에, 가게 안에, 인스타에서 본, 오늘 한껏 차려입은 보기 좋은 사람들이 거기 말고 여기, 내 주변에 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잊게 된 순간 보인 것들, 결국 내 본심이 고작 그 정도였고, 그걸 들키는 것은 또 부끄러워서, 쓸쓸한 기분이 든다며 교만을 부렸고 죄책감이 든다는 위선도 떨었다.
어떤 생각 어떤 기분. 나만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상태. 그것이 꼭 마땅하도록, 그럴듯한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지워내는 일이 얼마나, 얼마나 못된 마음인 것인지.
이제는 진심에 대해 생각하려고 한다.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에 너무나 가까워지고 싶고, 사람들 속에서 진심으로 못되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바닥을 먼저 보고 와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