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2 25

 

작년 11월.

아버지 팔순 식사 마치고 집에 와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여덟 명이 다 같이, 그 다음 언니네 식구, 그리고 이제 우리 차례에 철운이 안방으로 가더니 숨어 있는 만지를 번쩍 들고나왔다. 아니 그렇게 안으면 무서워한다고 내가 안겠다고 손대자마자 만지가, 핡! 하며 내게 분노를 쏟아내던 순간이다. 참 나. 들고나온 건 철운인데. 제일 만만하지 내가. 그래도 아버지가 크게 웃으셨다.

 

 

파킨슨 진단을 받으신 아버지는 철운한테, 됐다 걱정하지 마라 난 우주로 갈 거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어머니는, 먼저 가서 좋은 자리 맡아 놔. 라고 하셨다. 우리는 이제 아버지 앞에서 인생이 너무 짧다 어디가 아프다 하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또 어떤 이야기든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늘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내가 바라본 아버님은 어떤 이야기든 모두 듣고 싶어 하시는, 솔직한 마음을 나누기 원하는 분이기 때문에.

 

 

 

그런데 어머니 이제 안 물어보시네? 아이 안 낳을 거냐고

너도 느꼈지? 저번에 내가 한 얘기 때문에 그런가.

뭐라고 했는데?

행복하지 않을 거 같다고.

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이가 주는 것들이 얼마나 나를 성장하게 하고 또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이 될지. 아이가 있는 미래를 그려 보았을 때 행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상상 속에 있는 우리 모습이 너무 환상이라는 것도 금세 깨달았다. 어머니도 이제 그걸 받아들이신 걸까...

 

요즘 어머니는 넷플릭스에 폭 빠져 계신다. 엄마 뭐해? 하고 철운이 물으면, 영화 본다! 누구 나오는 거? 마동석이 나오는 거. (어머니가 마동석을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새롭게 알았다)

전화 끊고 철운이 말한다. 와, 내가 한 효도 중에 제일 잘한 게 이거네? 넷플릭스 깔아 드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