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1 06 12

 

올해 가장 큰 변화 2. 자전거를 배웠다. 이제 다리를 떼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보니 왜 다들 자전거를 타는지 알겠다. 바람이었어. 바람을 느끼려고...

바람이 안 부는 날에도 내 몸이 밀고 나가는 속력으로 바람이 생긴다. 땅에서 두 발로 달릴 때는 굴곡이 있는 바람이 생기는데 자전거를 타니까 직선으로 긴 바람을 맡게 된다.

그게 너무 좋았다.

 

 

나를 바꾼 건 면허를 딴 철운과 철운이 면허를 땄다는 것, 그리고 새벽에 시킨 모둠회에 따라온 오징어튀김이다.

“좀 먹어. 내가 다 먹겠다 이러다”

“나 튀김 안 좋아하잖아. 회만 먹고 싶어.”

“너 그냥 튀김 안 좋아하는 컨셉 지키려고 안 먹는 거 아니야?”

큽 뭐야, 그게 뭐야, 웃기다고 킬킬대다가

근데, 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나 트라우마 있는 컨셉이었던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든 순간 그냥 모든 게 우스워져서... 오빠한테 연락해 자전거를 중고로 팔겠냐고 물었다.

마감 때문에 못 가는 날 대신해 나보다 신난 철운이 주말에 천안으로 가서 받아 왔다.

자전거가 두 대인 현관이 되었다.

 

이 엄청난 사건을 일기로 남겨 두려고 쓰기는 하는데 만족이 안 되네..

이것보다 더 대단하고 굉장한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