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1 06 27

 

 

이런 이야기 이런 문장을 너무 읽고 싶었다.

환상통 처음 읽었을 때도 정말 읽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말밖에 뭐라 설명을 못 하겠는 기분이었는데 사랑의 세계는 더욱 그렇다. 정말 정말 읽고 싶던 이야기.

이 책을 줄거리로 요약해 전달하는 걸로는 아무 의미 없는 그런 이야기.

 

언젠가 내가 사랑만이 구원,이라는 말을 어딘가에 썼을 때 노골적으로 그 말을 가져가 비웃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렇더라고... 그런 말을 하면 비웃음 당하는 게 당연한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사랑에 미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사랑으로 비롯되는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고 많아서 어쩌면 그게 전부 인지도 모른다고, 그런 풍경 속에 놓인 채로 그저 평범히 살고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니까.

 

내가 듣고 싶은 건 다른 사람들의 집요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서 이거.”

 나나미가 주먹밥 하나를 들었습니다.

 “이건 그냥 주먹밥이야. 쌀과 물과 소금으로 만들었지. 그게 전부야. 그 밖에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이걸 먹고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똥이나 싸겠지. 그치만 만약 여기가 전쟁 한가운데라고 생각해봐. 이 쌀은 어디서 났을까? 깨끗한 물은? 소금은? 이걸 먹고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하든 지금 여기서 그냥 먹고 떠드는 일보단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겠지? 그럼 갑자기 여기엔 의미가 생긴다고. 수호할 가치도 생기고.”

 나나미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말했습니다.

 “있잖아. 옛날에 알던 사람 중엔 이런 사람도 있었어요. 그 사람도 김 상처럼 글을 쓰는 남자였는데, 어느 날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자기는 가끔 전쟁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대. 그러면 모든 게 뒤바뀔 거고, 예전 작가들처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그 사람, 뭣 좀 했어요?”

 나나미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것도요. 아직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네.”

 나나미가 잔을 들어 남은 맥주를 들이켜고는 덧붙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무슨 소리야, 바보, 그건 네 지능 문제 아냐? 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 사람은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그게 나쁜 거든, 좋은 거든 세상을 순식간에 바꿀 만한 무언가를요. 근데 그런 건 실은 없잖아요. 왜냐면 삶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김 상도 그런 걸 써요.”

 “어떤 거요?”

 “이야기요.”

 나나미가 덧붙였습니다.

 “삶 말고 이야기! 예를 들면 사랑과 죽음 같은 거요.”

 나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사랑의 세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