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

2021 06 25

 

어제는 늦은 저녁에 나가 꽤 오래 석탑을 돌았다.

자주 보던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벤치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 그리고 나밖에 없었다. 

아파트 단지와 도로의 삼각형 중앙에 어느 날 너무 생뚱맞게 등장한 이 석탑을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웃었지만 이제 이곳은 내가 처음으로 땅에서 발을 뗄 수 있게 된 근사한 공간이다.

뭐가 어떻고 해도 결국은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를 밀어 주는 바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석탑을 돌았다. 한쪽으로만 돌면 어지러워서 중간에 한 번씩은 방향을 바꾸고 다시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