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07

 

매일매일 먹을 걸 궁리해 만들어 먹고 치우고 또 새로 밥을 안치고 재료를 다듬고 데치고 끓이고 볶아서 먹고 또 치우고 하는 일에 너무 지쳐있는데 지친다는 말을 속으로 백만 번은 하는 것 같다. 이제 이 정도면 겉으로 새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이렇게는 안 되겠어...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늘 윤성희를 찾아 읽곤 하지만 이번에는 잘 안되었다... 지금은 안정감 있게 차려진 식탁에 나를 앉히기보다 당장 요리하는 내게 원영적 사고를 대신할 만한 힌트를 주고 싶거든...

 

 


 

 

   “비가 오면 더 많이 자라.”

 

   껍질을 벗기지 않은 죽순은 작은 산짐승 발 같았다.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고 잘 모르는 어떤 작고 먼 것이 내 앞에 온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죽순을 넣은 밥을 지었다. 나는 데쳐서 먹으려다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릴 것 같아 다듬어두었다. 다듬은 죽순은 양이 절반으로 줄어 있었다. 나는 다듬은 죽순을 씻어 떫은맛을 빼기 위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삼 분쯤 데치고, 옆에서 다른 친구는 끓는 물에 다듬은 낙지와 도삭면을 넣고 있었다. 아직 땀이 나지는 않고 옆에 선 친구는 오늘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가 오고 나면······ 죽순이 더 잘 자란다. 두 개의 냄비가 잠시 나란히 끓고 있었고 나는 또 공기가 무겁다고 생각했다.

 

『여름을 열어보니 이야기가 웅크리고 있었지』

박솔뫼, 「여름이 몇 걸음 뒤에

 

 

 

 

   설명을 다 들은 나는 그게 물질이라고는 하지만 그러니까 먹는 거냐고 식량이냐고 물었다. 이어서 그렇다면 무슨 맛이냐고 물었다. 아미는 아직 조리를 할 만큼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만들어낸 물질은 맛보다는 점성과 촉감이 중요한 물질이라 그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특정한 맛을 만들어 내기보다 그저 먹기 힘들지 않은 무난하게 섞이기 쉬운 강하지 않은 맛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미역과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