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7

 

 

언니가 사 온 회를 먹고 상에 케이크 올려 아버님 생신을 축하하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가 빈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기고 설거지를 마치고 이제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한 뒤 맥주캔과 스티로폼 쓰레기를 챙겨 나와 재활용 수거장에 버리고 집으로 와서, 일주일 기다린 이친자를 보았다. 아내 지수의 영상을 본 장태수 입에서 맥없이 새 나온, 허탈감과 무너짐이 동시에 들리던, 프... 하는 소리가 오늘 화에서 제일 인상 깊었다.

 

 

낮에 하다 만 작업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아까 마지막에 자꾸 더 마시려는 철운의 맥주를 뺏어서 급하게 들이부은 탓에 순식간에 오른 취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머릿속이 너무 시끄럽다. 나는 어쩌다 이런 상태가 됐을까. 처음부터 재능이나 어떤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기보다는 그냥 혼자 보내는 시간을 위해 그림을 도구로 썼을 뿐인데. 그래도 넌 좋아하는 일 하잖아. 이런 말을 듣던 시기도 이제 다 지났다. 이 나이가 되면 모두 아는 거야. 생각은 계속 더 많은 생각을 부르고 어떤 때는 기분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으면 대부분 절망으로 빠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