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01

 

 

자고 일어날 때 몸이 특히 뒷덜미가 너무 무거워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전쟁처럼 느껴진다. 직장도 약속도 없는 몸이니 그렇게 전투적으로 일어날 필요는 없지만 더 누워 있는다고 해서 몸이 가벼워지지도 않는다.

내 기척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고양이들.

기지개가 잘 안 켜져 으으으... 하고 아침 첫 마디를 뱉으면 집안 어디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토끼 같은 빌리가 껑충껑충 뛰어와 이마를 들이밀며 어머니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빌리... 빌리는 전생에 내 자식이었을 거라고 철운이 하도 말해서 이제는 나도 그렇다고 믿게 되었다. 우리는 전생에 헤어진 모녀지간이었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생엔 절대 떨어지지 말자 내 딸아...

빌리를 쓰다듬다 고개를 돌리면 어느새 싱크대 앞에 조용하고 당당한 얼굴로 꼿꼿이 앉아 있는 만지와 눈이 마주친다. 하지만 반대쪽 옆구리에 언제 온 줄 모르게 끼어 있는 레오 얼굴도 두 손으로 박박 비벼주고 나서야 만지에게 가서 새로 뜬 물을 대령한다.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것처럼 느낄까 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필하는데 잘 모르겠네 정말 최선을 다한 건지 아닌지는. 그렇지만 내 인생 8할이 너희들인 것만은 분명해. 그러니까 만지야. 혹시 네가 뒷전으로 밀렸다고 느껴도 내 카테고리에서는 첫 번째인 거야. 뭔 말인지 알지. 진짜로, 뭔 말인지, 알지?

 

 

 

무거운 내 몸을 일으켜 주는 고양이들.

똥오줌은 가려요? 밥은 자기 입으로 먹고요? 하고 비아냥대는 소리를 듣던 시기도 지났다. 이제 이쯤이면 보이는 거지. 모두 자기 목숨을 붙들고 사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