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5

 

부마민주항쟁 때 태어난 친오빠와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다음 해에 태어난 내가 국민학교 교육을 받던 그제야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교과서 개편이 시작되었다는 걸 이렇게 하나씩 되짚다 보면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가 고작 내 나이만큼이란 사실에 또다시 놀라게 되고...

 

 

박근혜를 공주님으로 여기는 내 아버지와 이제 막 새롭게 만들어가는 나만의 가치관이 한 공간 안에서 부딪힐 때마다 그 거대한 벽을 차마 뚫지 못하고 스스로 무력해지기를 자처하곤 했는데, 거기에는 요즘 세대와 부모 간의 충돌과는 다른 시대성이 분명히 있었다.

그런 내 또래가 갖는 보수성과 진보성이 어떤 때는 힘이 되고 또 어떤 때는 비난받는 위치에 놓일 때마다 정말이지 이런 대혼란의 세대인 것이 억울하기도 한데, 그럼에도 뭐 감당해야지, 그리고 잘 건너봐야지 하는 고유의 시대성이 분명히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

 

 

 

 

그날 밤, 속보가 뜨자마자 어떤 계산도 없이 국회로 달려간 사람들이 있고 거기에 내 친구들이 있다. 고단함과 억울함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것을 꼭 해야만 하는 이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왜지? 나는 내가 가야 해서 간 건데.라고 말하는 이들.